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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받고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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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한테 30억 물려받고 노숙자가 된 나의 이야기

 

사람은 확실히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돈 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는데, 그게 다 사라지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또 약간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고시원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합니다.

 

제 인생처럼 롤러코스터 탄 사람도 많지 않을 겁니다.

부모님한테 30억을 물려받았는데, 그걸 다 잃고 노숙자까지 되어 봤으니까요.

그것도 각종 세금 다 내고 남은 액수가 30억이었는데, 그걸 홀라당 날린 겁니다.

30억 원 받은 주제에 가진 돈이 3만원도 남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노숙을 하다못해 자살 생각까지 했었는데요.

아직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 하나만 믿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한 번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받은 돈이 30억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집안은 부유한 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공동으로 사업을 하셨는데 아주 잘 나갔거든요.

저는 부모님이 버는 돈으로 음악 한다고 실용음악과 나온 후 몇 년을 별 소득 없이 허비했습니다.

버는 돈은 거의 없고,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거나 어디 번듯한 세션 밴드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타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제 재능으로는 어차피 한계가 있는 무대였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절 응원해 주셨습니다.

돈은 못 벌어도, 백수 아닌 게 어디냐며 절 서포트 해 주셨지요.

저의 실상은 백수나 별 다를 바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부모님이 서포트 해 주시는 것 믿고 몇 년을 허비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사고가 벌어진 겁니다.

부모님이 사업차 함께 움직이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두 분 다 돌아가신 겁니다.

우리 부모님도 두 분 다 돌아가시고, 상대측 운전자도 사망하고 동승자는 하반신 장애인이 될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CCTV랑 블랙박스 돌려보니 양 측 모두가 과실이 있던 사고라, 누굴 원망하고 할 일도 아니더군요.

양 측 운전자가 모두 사망했다 보니 책임 물을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끝났습니다.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게 된 것이지요.

부모님이 남기신 막대한 유산과 함께요.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그렇게 돌아가시니 진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장례는 어떻게 치렀고, 부모님 유산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재산 대부분은 제 몫이었고, 삼촌들이나 다른 친척들 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류분인지 뭔지 하는 기준 하에 일부 나눠준 걸로 기억합니다.

어쨌든 재산은 거의 제가 다 받았습니다.

세금 떼고 이거저거 떼고 총 재산 가치가 304천만 원인가 되었을 겁니다.

 

일단 저는 부모님 잘 아시던 변호사나 다른 전문가와 의논해서 부모님 사업부터 정리했습니다.

그때까지 사업에는 1%도 관여 안 하고 음악 한다고 돌아다니던 제가 무슨 사업을 하겠습니까.

괜히 사업 한다고 깝죽대봐야 회사 말아먹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회사나 주식 이런 재산은 모두 팔았습니다.

팔 수 있는 거 다 팔고 오피스텔 하나 사서 이사하고, 남은 재산은 현금으로 바꾸니까 28억 정도 남더라고요.

 

그전까지 부족하게 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현금 28억 원을 가지게 되니까 그걸 쓸 생각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28억 가지고 평생 놀고먹어도 문제없도록 자산 관리를 잘 했을 텐데요.

하지만 그 때는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돌아가셔서 마음이 허한 탓인지 그냥 제가 그런 놈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28억으로 인생을 즐길 생각부터 한 겁니다.

부모님이 제 음악 생활 서포트는 잘 해주시고 생활비는 대 주셨지만, 그 이상은 해 주지 않으셨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자칫 하나 있는 자식새끼가 사치에 빠져서 인생 말아먹을 것 같아서,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속 깊게 행동하신 게 틀림없습니다.

그 자식새끼가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막 살다가 인생 망친 거죠.

 

아무튼 제가 그때까지 스파크 몰고 다녔습니다.

솔직히 혼자 운전하고 다니는 데 스파크도 아무 문제없었거든요.

허한 마음에, 큰돈이 생기니 스파크 몰고 다닐 수가 없겠더군요.

그래서 전부터 눈독들이던 BMW로 바꿨습니다.

이래저래 옵션 넣고 하니 8천만 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근사한 수입차, 그리고 품격 있는 오피스텔.

이렇게 살기 시작하니 절로 저 자신의 레벨이 높아진 느낌이 드는 겁니다.

실제로는 부모님 물려주신 돈 빼고는 쥐뿔도 없었는데요.

그 때 제가 그냥 음악에만 충실했어도 그 꼴은 안 났을 겁니다.

근데 사람이 수입차 몰고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기 시작하니 돈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 사는 사람들, 나 정도의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돈 벌어서 더 잘 살게 되던데, 나라고 못 하리라는 법이 없겠다 싶은 겁니다.

그렇게 저는 전업 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쳐 말아먹는 지름길 말이지요.

 

처음에는 그래도 멀쩡한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상화폐나 FX를 멀쩡한 것으로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요.

그 때는 가상화폐는 붐이 슬슬 꺼지던 때고, FX는 국내에서도 초창기였던 때입니다.

보통 이런 투자에 대해서 알아보니, 결국 조바심 때문에 망한다고 합니다.

여유자금 가지고 진득하게 투자하면 결국 오르기 마련인데,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서 금방 팔고 망하는 거라고들 합디다.

그런 말 듣고 나니 딱 저를 위한 일인 것 같더라고요.

여유 자금은 충분했고, 조바심 내서 팔 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1억만 가지고 해 보기로 했습니다

천만 원씩 열 가지에 투자하기로 한 겁니다.

 

처음부터 망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겁니다.

딱 처음에 망하고 나면 제가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손절했을 테니까요.

문제는 처음에 흥해 버린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천만원가지고 투자한 나머지 아홉 개는 망했는데요, 가상화폐 하나가 20배 넘게 오른 겁니다.

결과적으로 1억 가지고 2억을 번 셈이었지요.

그 때 제가 냉정히 생각했다면, 90% 확률로 망하는 투자라는 걸 깨닫고 주의했겠지요.

하지만 각각 천만 원 가지고 투자한 아홉 개 상품이 망한 건 생각 못 하고, 하나가 20배로 뛴 것만 생각하게 됩디다.

90% 확률로 망해도, 하나가 20배를 벌어들이면 계속 큰 돈 벌 수 있다고요.

제가 딱 전업투자자의 자질이 있다는 망상까지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 인생은 막장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지요.

 

이후 본격적으로 가상화폐와 FX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2억 벌어보니 눈에 뵈는 게 없었어요.

돈 쓰는 거 무서운 줄 모르고 눈에 띄는 족족 몇 백만 원, 천만 원 씩 넣기 시작합니다.

그 때 제가 여기저기 투자한 돈이 5억 원이 넘을 겁니다.

그리고 천만 원으로 2억을 버는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깨닫고 나니 5억 원이 1억 원이 되어 있더라고요.

 

정말 병신 같은 저는 4억 원을 날리고도 정신 못 차렸습니다.

오히려 4억 원 날린 건 수업료 지불한 거라 생각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한 거죠.

겁도 없이 선물, 옵션 이런 것도 공부하기 시작했던 때거든요.

진지하게 선물, 옵션 공부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반드시 위험성을 함께 언급합니다.

제가 했던 가상화폐나 FX는 제로 섬 게임이라고 하나요?
어쨌든 원금이 0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마이너스는 안 되었습니다

FX 했다가 마이너스 되었다는 썰도 들어 본 적 있는데, 저는 그나마 합법 사이트 통해 해서 그런지 마이너스 겪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물이나 옵션은 그게 아니거든요.

천만 원 투자했는데 천만 원이 0원 되는 건 물론, 내가 추가로 천만 원을 메꿔 넣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이건 선물, 옵션 가르치는 곳이나 사이트에서도 말해주는 사항이고요.

그걸 뻔히 보고도 제가 그걸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계산은 있었지요.

제가 그 동안 잃은 돈이 얼마고, 쌓인 경험이 얼마인데 이제는 큰물에서 놀면서 성공할 때가 되었다는 계산 말이지요.

전문 용어로 근자감이라고 부르는 것 말입니다.

 

암튼 근자감을 가지고 선물이니 옵션이니 하는 걸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가상화폐처럼 처음에 몇 번 하다가 쭉 망하다가 한 번 대박이 터지더라고요.

이 한 번 대박으로 번 돈이 한 6배 정도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 전에 선물로 입은 손실을 다 메꿀 수 있었지요.

이러니까 또 그 재미에 눈이 뒤집힙니다.

몇 번 손해를 보더라도 한 번 성공하면 다 메꾸고도 남는다는 그 중독성.

거기에 빠져서 한 번 망한 적이 있는 저임에도, 병신같이 또다시 중독되어서 빠져든 겁니다.

 

결과요? 당연히 개판이 났지요.

정신을 차려 보니 제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더라고요.

몇 십 억 있던 사람이 이제 몇 억도 남지 않으니 다시 한 번 눈이 뒤집힙니다.

이제라도 남은 돈 가지고 나마 어떻게 인생 견실하게 살아 볼 생각도 안 들더군요.

어떻게든 한 방, 한 방으로 원금 복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물, 옵션도 그만두고 이제는 주식 쪽으로 손을 뻗쳤습니다.

보통은 주식부터 시작해서 선물 옵션 간다던데 저는 반대로 간 겁니다.

그동안 망한 경험이 있으니 주식이라도 잘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만은, 그렇게 안 되더군요.

결국 주식도 다 망했습니다.

최후의 발악으로 신생 코인인데 엄청 뜬다는 소문이 있던, 모 코인에 남은 돈을 싸그리 넣었는데요.

그게 상폐되는 바람에 거지가 되었습니다.

진짜 제 수중에 남은 돈이 거의 없게 된 겁니다.

집도 담보로 넘기고, BMW는 팔아 치운 지 오래였고요.

결국 집도 넘어가고 제 수중에는 천만 원 정도만 남았죠.

그걸 또 코인에 넣었다가 3만원 되었습니다.

완전히 인생 망한 거죠.

 

결국 집에서 나오게 되었고, 하다못해 고시원 들어갈 돈도 없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병신처럼 느껴 진 나머지 누구에게 손 벌릴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대로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지요.

남은 돈 아껴서 빵 한 조각으로 식사를 때우기도 하고, 아니면 어디 버려진 걸 주워 먹기도 했습니다.

날도 추운데 벌벌 떨면서 자려다 파출소 다녀온 적도 있고요.

 

그러다 어떻게 제 소식을 들은 삼촌이 찾아왔습니다.

솔직히 삼촌이랑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어요.

부모님 재산을 분할할 때 유류분만 가지니, 더 줘야 하니 하면서 좀 다퉜거든요.

그런데 제 꼴이 워낙 병신 같아서인지 삼촌이 절 외면하지 못하더라고요.

삼촌이 젊은 놈이 벌써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몇 달 치 고시원 비를 내 주더군요.

그리고 옛날 부모님 회사 사람이랑 어찌어찌 해서 일자리도 구해 주셨습니다.

야간 경비 일이었지요.

일은 진짜 쉽고 편한데, 그 대신 월 16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저한테는 감지덕지였지요.

어차피 제대로 된 일 할 능력도, 멘탈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야간 경비를 하면서 고시원에서 살기 시작했고, 그게 벌써 두 달 전입니다.

그럭저럭 야간 경비 일에는 익숙해 졌습니다.

밤에 일 하다 보니 사람도 거의 못 만나는데, 차라리 그게 나았습니다.

어쨌든 냉난방 들어오는 고시원에서나마 잘 수 있고, 가끔은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잃어버린 돈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질 것 같습니다.

생각을 깊게 하면 자살할까봐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가끔 떠오르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모처럼 월급날에 피자 시켜 먹다가 또 지난날이 떠올라서 이렇게 글을 써 봤습니다.

글재주도 없는 저지만, 그래도 이처럼 한 편의 글을 쓰니 조금은 후련해지는 것도 같네요.

 

아마 제 인생에서 몇 십억의 돈이 굴러 들어오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그렇게 인생의 가장 큰 기회는 날아갔고, 앞으로는 진짜 밥 먹고 사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평생 살아가겠지요.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까요.

여유가 좀 생기면 취미 수준으로나마 다시 음악이나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제가 할 말은 이겁니다.

자기 능력으로 어떻게 하기 힘든 큰돈이 들어오면, 절대로 함부로 쓰지 마라는 것.

저금을 하든 건물을 사든 닥치고 안전하게 굴리라는 것.

능력 이상의 돈을 가진 주제에 그걸 더 불리려고 했다간 99.9% 망한다는 것.

행운은 절대로 여러 번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 간단한 걸 몰라서 시원하게 망한 저 같은 병신이 있다는 걸 기억 하세요.

그것만 기억해도, 저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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